우수(雨水)의 의미

우수는 24절기의 두 번째 절기로 입춘이 지난 15일 후에 들며, 음력으로는 정월의 중간에 해당하고 양력으로는 2월 19일 또는 20일이 된다. 올해는 2월 18일에 들었다. 태양이 황경 330°에 왔을 때로 다음에 오는 절기는 경칩(驚蟄)이다.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에 들지만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눈이 녹아 물이 되니 농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실상 우리가 말하는 음력은 태음태양력으로 이 시기가 봄의 절기에 해당한다.

우수의 환경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농도(農道) 전라북도의 전주에서 우수(雨水)로 기준한 2월19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1.8℃였으며, 최고기온의 평균은 7.3℃로 추운 날씨를 보였고, 최저기온의 평균은 -2.4℃였다.

또 강수량은 1.6mm로 눈이 조금 왔다고 할 수 있으며, 평균습도는 70.9%, 바람의 평균속도는 1.3m/s였다. 초순의 입춘에 비해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온 것을 알 수 있고,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옛사람들은 이 우수절 15일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고, 그 첫 5일인 초후(初候)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중후(中候)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말후(末候)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얼었던 강물이 녹자마자 수달이 물고기를 잡기 시작한다는 말을 한 것이며, 겨울철새가 더워지는 날씨를 피해 북쪽으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우수 뒤의 얼음 같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우수가 되면 얼었던 얼음이 모두 녹으니 이제 곧 날씨가 풀리고 추위도 사라질 것이라는 표현이다.

우수절이 되면 겨우내 얼었던 땅이 낮의 기온으로 녹아서 질척질척 해지고 안개가 많이 끼는 날씨가 된다. 그래서 땅에는 습기가 많이 있으나 아직 증발하여 대기 중에 섞이는 정도는 아니다. 이러한 날씨와 분위기가 우수(雨水)라는 이름 그대로 절기에 묻어나고 있다.

우수가 들어있는 시기를 전후하여 설날이 있다. 이날은 가까운 이웃 친지가 만나는 날이기는 하지만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이때 주부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피로로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따라서 온 가족이 미리미리 준비하여 갑작스런 일들이 닥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가 하면 곧 이어 대보름이 찾아온다. 이 역시 우리 민족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시절절기다.

우수의 농사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적당한 물이 필요한데, 우수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할만큼 기다리는 것이 비였다. 비가 온다는 얘기는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서 눈이 비로 변했다는 것이니 곧 겨울날씨가 풀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날이 풀린 줄만 알았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혹시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 동파(凍破)가 일어나는 예도 많았다. 그래서 우수경칩에 김장독 터진다는 말도 생겨났다.

24절기 중에 비(雨)가 들어있는 때는 우수와 곡우다. 우수는 예전의 농사에서 봄작물에 생기를 넣어주는 물기는 눈이 녹아서 나오거나 아니면 봄비가 내려야 가능한 시절이었다.

또 곡우는 여름작물인 벼에게는 모내기 때 충분한 물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가 내리기를 염원하였던 절기다. 대체적으로 이 시기를 지난 후 내리는 큰 비는 농작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수가 되면 논에 객토를 하고 거름주기를 하는 것은 입춘과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입춘에 준비하였던 봄보리를 파종하는 때이다. 보리는 땅만 녹으면 바로 파종을 하는데, 아무래도 시절의 기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어 좀 더 일찍 심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가을보리는 이제 잠에서 깨어 성장을 하는 시기임으로 뿌리증식을 위한 비료를 주어야 한다. 마늘 양파 등 월동채소도 마찬가지다.
논두렁태우기를 하여 논두렁에 있는 잡풀을 없애주기도 한다. 이때는 겨우내 얼어있던 풀이 다 녹았으므로 불에 쉽게 탈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해충도 죽이면서 재를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두렁태우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 요즘에는 권장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기계로 모내기를 하는 경우 조금 빨리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가 못자리용 상토를 준비하고 소독하는 등 준비를 하는 시기다. 겨울동안 서릿발에 떠 있는 보리는 밟아주거나 흙 북주기를 하여 뿌리가 잘 자리 잡도록 한다.

우수의 풍속

우수에는 특정한 행사가 없어 전하는 전설이나 풍습도 없다. 그러기에 행사를 하면서 먹고 마시는 절기음식도 없다. 그러나 우수에는 비가 많이 와야 풍년이 든다거나, 우수에 대동강 물이 풀리고 경칩에 뱃사람 떠나간다는 말이 전한다.

예전에는 강에 얼음이 얼면 강을 가로질러가는 지름길은 되었어도, 어떤 어로활동이나 생활에 많은 제약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얼음이 풀리고 땅이 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우수의 먹을거리

우수는 음력으로 1월의 중순에 해당하는 예가 많아, 정월대보름에 해먹는 음식은 모두 우수에도 먹을 수 있다. 어떤 때는 설날이 지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닥치는 경우도 있으니, 설날음식이 모두 우수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별히 우수라는 날에 맞춰서 해먹는 음식은 없으니 절기음식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렇게 정해진 절기음식이 없다는 얘기는, 그날에 행하는 행사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절기음식과는 다르지만 이때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들라면 아주 많다.

떡국이나 오곡밥, 각종 나물과 견과류도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오곡밥에는 찹쌀과 팥, 콩, 조, 멥쌀, 수수 등이 들어가며, 미리 삶아놓은 팥과 물에 불린 콩을 사용하면 좋다. 물론 찹쌀과 멥쌀도 30분전쯤에 물에 불렸다가 사용하면 더욱 좋다.

이들을 솥에 넣고 고루 섞은 후 소금으로 간을 하고, 한 번 끓인 후 중불로 줄였다가 쌀이 익은 후에는 약한 불로 뜸을 들인다.

그러나 물이 언제 끓고 쌀이 언제 익는지를 아는 것은 밥을 하는 기술에 속한다. 예전에 가마솥을 이용하여 밥을 할 적에는 여러 번의 경험으로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와 수증기 나오는 정도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밥뜸물이 나오면 이때는 이제 불을 끄고 잔불로 마무리를 하면 된다.

대보름에 먹는 나물류는 고사리나물, 호박오가리나물, 도라지나물, 콩나물무침, 고사리나물, 취나물, 토란줄기무침, 고구마줄기나물, 무나물 등이 있는데, 이들은 우수에 먹어도 좋을 음식에 속한다.

한 겨울이 되면 고구마밥을 해먹기도 하고, 무밥과 콩나물밥, 호박밥을 해먹기도 하였다. 물론 우수에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별다른 일이 없는 겨울철에는 힘쓰는 일을 덜함으로, 먹을 것이라도 절약하여야 한다는 논리에서 생겨난 밥이었다. 이 밥도 탄수화물 위주에서 다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하나의 수단(手段)에 속했다.

우수의 별자리

우수의 저녁 하늘에는 헌원(軒轅)과 태미원(太微垣)이 있는데, 자정이 되면 태미원이 중앙에 떠있다. 태미원은 상장, 차장, 차상 등 여러 신하를 거느리며, 오제좌(五帝座)라 하여 다섯 임금이 앉을 자리도 가지고 있다.

이는 청제(靑帝), 백제(百帝), 흑제(黑帝), 적제(赤帝), 황제(黃帝)가 앉을 자리이며, 옥상상제가 있는 자미원에 가서 보고를 하는 동안에 앉아있을 별도의 자리다. 이 태미원은 사자자리의 일부와 처녀자리의 일부에 해당한다.

초저녁 중앙에 나타나는 필수는 오리온자리로 오시리스별자리로 부르기도 하는데, 네모 안에 들어있는 세쌍둥이 형제별을 포함하며 28수 가운데 삼수에 해당한다. 이 별들을 서쪽방향으로 곧게 연결하여 늘어뜨리면 좀생이별 즉 묘수에 이른다. 삼수와 묘수사이에 있는 필수는 마치 하늘 한가운데서 승리의 V자를 그린 것처럼 떠 있다.

필수는 백호의 몸체인데 비를 주관하는 우사(雨師)라고도 한다. 단군신화에 보면 환웅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려온다. 필수를 자세히 보면 코뚜레 모양인데 견우와 직녀를 옥황상제가 강제로 떼어놓자, 견우가 옆에 있던 소의 코뚜레를 던진 것이다. 이에 호응하여 직녀는 베틀 북을 집어 은하수 너머로 던졌다.

하지만 견우가 던진 코뚜레는 직녀를 지나쳐 하늘 반대쪽으로 날아갔고, 직녀가 던진 베틀 북은 은하수를 채 건너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코뚜레는 필수가 되었고 베틀 북은 포과 별자리가 되었다.

삼수에서 밑으로 직선을 연장하면 밝은 별자리가 보이는데, 이 별을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혹은 이시스의 별이라 하며, 동양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천랑성(天狼星)이라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범람하고 난후 농사가 시작됨으로, 이시스가 해뜨기 전에 떠오르면 나일강이 범람하여 물이 풍부하다고 믿었다. 또 농사가 주업어있던 시절에는 이시스가 떠오르는 날을 새해의 첫날로 삼기도 하였다.

우수 하늘에서 초저녁에는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안 보이다가 밤이 깊어지면 보이며, 자정이 가까우면 하늘높이 떠오른다. 이때 북두칠성은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흐르는데, 우리가 즐겨하는 윷놀이의 말판이 반시계방향인 것이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한다. 또 황도상의 별자리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1시간에 15˚ 씩 움직인다.

우수회고

특별히 우수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가마솥에 불을 때던 기억이 있다. 큰 솥에 여러 명이 먹을 밥을 하는데, 항상 하는 양이 일정하니 어느 정도 불을 때면 익을 지도 일정하였다. 보통 짚단으로 말하면 한 다발을 넘었으나 다음 다발은 절반이 되지 않는 정도가 적당하였다.

처음 불을 땔 때에는 혹시 아궁이에 고인 물은 없는지, 바닥은 재로 잘 덮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맨바닥의 찬기운을 막아주는 중간매체로 타고남은 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 어쩌다 추위를 피해 잠자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들어있는지도 허실삼아 둘러보아야 한다.

정작 불을 때는 일은 짚을 계속하여 밀어 넣으면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밥을 하는 불이라도 자칫 한눈을 팔면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때 짚낱가리에서 두어 단만 떼어온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부엌에 짚청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큰 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실 여러 집에서 이런 실수로 불이 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짚불은 첫째가 안전이고 둘째가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밥을 태워먹기도 하고 설익은 밥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나 편하자고 하다가 집에 불을 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가마솥밥을 할 때는 불을 언제 멈추느냐가 관건이었다. 처음에는 솥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엄마나 누나를 불러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그냥 더 때라는 말뿐이었다. 그럴 때는 내 마음속으로 이제 오늘 아침밥은 다 먹었구나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다른 도리가 없이 계속하여 불을 땠다.

그러다가 자포자기를 할 때쯤이면 누나가 와서 이제 그만 때라고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그만 때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였다.

요즘이야 중불이니 약불이니 하면서 시간도 10분이나 5분을 말하지만, 당시에는 거꾸로 짚의 양이나 물의 양으로 가늠하였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현상을 놓고 현실을 판단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지난 뒤에 다시 와서 불을 때라고 하였다. 이때에는 더 때고 싶어도 더 땔 수 없도록 일정한 양을 정해주고 나머지는 모두 치워버렸다.

물이 끓어 수증기가 나오니 이제 쌀도 익었다는 것이고, 밥물이 넘쳐 나오면 이때는 수증기가 꽉찼으니 단단하던 쌀도 퍼져서 물러졌다는 결과다. 한 번 더 불을 때주면 수증기가 식으면서 생긴 물기만 날려 보내니, 이제는 질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아주 고슬고슬하여 먹기에 적당한 밥이 되는 것이다.

혹시 뜸들이는 불 대신 솥뚜껑을 열어 수증기를 날려 보내는 방법을 택한다면, 솥안의 수분 양은 같겠지만 맛있는 성분이 다 날아가 버려 퍼석퍼석하면서 윤기도 없게 된다. 또 수증기가 덜 찬 상태에서 솥뚜껑을 열었다면 아직 쌀에 수분이 남아있어 진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지푸라기를 때서 밥을 하는 집은 없다. 때는 부엌이라 하더라도 장작을 사용하거나 탄을 사용하는 정도다. 예전의 짚은 나락을 거두고 남은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밥을 하거나 온돌을 데우는 땔감이 되었고, 타고 남은 재는 훌륭한 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을 때면서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가 하면, 별도로 쌓아놓아야 할 공간을 필요로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충도 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