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의 의미

정월(正月)은 천지인(天地人)이 합일(合一)하니, 1년을 기원하며 그 가능성을 점쳐보는 달이다. 이때 둥글고 커다랗게 떠오르는 달은 정령을 지닌 믿음의 대상이었다. 그러기에 정월 15일은 상원(上元)이라 하여 큰 명절로 삼았다. 이때 둥글다는 것은 완전한 것을 의미하며,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력을 주는 달을 신격화 하였던 것이다.

대보름의 유래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농가에서는 한 겨울의 농한기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다양한 제의(祭儀)와 점괘(占卦), 놀이 등으로 농사를 짓기 위한 새 기운을 얻는 시기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대보름에 섣달그믐과 같이 수세(守歲)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였으며, 중국에서는 8대 축일(祝日)로 정하였고, 일본에서도 소정월(小正月)로 지정하였다.

신라 비처왕(毗處王, 일명=炤知王)이 보름날 까마귀를 사냥나갔다가 놓치고 후회를 하던 중 오히려 목숨을 구하게 되어 오기일(烏忌日)로 정한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대보름 풍속

음력 정월 15일이 되기 전날인 14일을 작은 보름이라 불렀다. 이날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행사를 하였다가, 2월 초하루인 영등날에 확인하는 풍습이 있다.

대보름이 되면 약밥을 만들어 먹었으며, 아이들은 연날리기, 바람개비돌리기, 실싸움, 돈치기 등을 즐겼다. 또 어른들은 편싸움, 횃불싸움, 줄다리기, 동채싸움, 놋다리밟기 등을 했다.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이 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하였다.

그런가하면 오곡밥을 하였으며 각종 나물을 무쳐먹었다. 특히 다른 성받이 세 집의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였으며, 아홉 차례를 먹어야 좋다고 하여 밥 얻으러 다니는 풍습이 생겨났다.

여기에 공동체의식 함양과 무병장수 그리고 풍농을 기원하는 내용은 대체로 같다. 주요행사로는 동제, 줄다리기, 지신밟기, 부럼깨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이 있다. 귀밝이술은 이명주, 명이주, 치롱주, 총이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밤에는 망월(望月)이라 하여 횃불을 태우며 달맞이를 하였다. 옛 사람들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 절을 하며 그 해의 풍년과 자기의 소원을 빌었다.

이밖에도 농점(農占), 달집태우기, 새쫒기, 동제(洞祭), 연싸움, 달맞이 놀이, 과일나무 시집보내기, 복토(福土) 훔치기, 산제(山祭)지내기, 안택(安宅), 달집 짓기, 용왕먹이기, 까마귀 밥주기, 그을음 쓸기, 쥐불놀이, 석전(石戰) 등이 있다. 액막이용으로는 부럼깨기, 제웅치기, 더위팔기(賣暑), 액날리기, 아홉차례 가 있었다.

보름의 먹을거리(上元節食)

대보름 즉 상원에 각기 다른 성바지 집에서 얻어온 밥으로 아홉 번을 먹고, 땔감나무 아홉 지게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아무리 잔치라 하더라도 그냥 놀고먹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금기 식품으로는 아침밥을 물에 말아먹지 않으며, 생파래 올리지 않기,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 풍습이 있다. 이런 내용은 한 해 농사를 지으면서 홍수가 나거나, 혹시 냉해를 입어 수확이 줄지 몰라 걱정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또 매운 맛처럼 벌레가 발생하여 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여 금기로 삼았던 것이다.

대보름의 대표음식은 식량의 주종을 이루는 찹쌀과 팥, 콩, 기장, 조를 넣은 오곡밥이다. 오곡은 주 식재료에 속하며, 여기에 갖은 실과와 부럼 등을 넣어 약식(藥食=藥飯)이라는 영양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 백(百)집의 밥을 먹어야 1년 운수가 좋다는 백가반(百家飯) 먹기, 가을에 말려 두었던 각종 나물 진채(陣菜)먹기, 차례를 지내고 음복(飮福)하는 귀밝이술(耳明酒), 복쌈먹기, 청어(靑魚) 구워먹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