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의 의미

경칩은 24절기의 세 번째 절기로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어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달하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음력으로는 2월에 들고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 된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져 땅속에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놀라 깨어 움츠린다고 하여 경칩(驚蟄)이고 한다. 다른 말로는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동물들이 놀라서 문을 열고 나온다는 말이다. 이것은 얼었던 땅이 녹아있다는 증거로,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생겨났다.

경칩의 환경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농도(農道) 전라북도의 전주에서 경칩으로 기준한 3월 6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4.2℃였으며, 최고기온의 평균은 10.2℃로 따뜻한 편이지만, 최저기온의 평균은 -0.8℃로 아직도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또 강수량은 2.3mm로 눈이 많이 오지 않았으며 바람의 평균속도는 1.5m/s였다.

2월 하순부터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최고기온 평균이 10℃를 넘게 되었다. 가끔씩 비가 오니 강수량이 강설량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칩(驚蟄)에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이지만,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따뜻하거나 추운날씨(寒暖)가 반복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서도 기온은 점차 상승하고 마침내 봄에 도달하는 것이다.

한서(漢書)에는 연다는 의미의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모양의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었는데, 이후에 한(漢) 무제(武帝)의 살아생전의 본 이름인 휘(諱)가 계(啓)인 것을 피하여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하였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새해 들어 처음으로 천둥이 치는 것을 들을 수 있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놀라서 땅위로 나온다고 믿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 즉 인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節氣)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 즉 무얼(戌月)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경칩은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것도 바로 이 시기임을 의미한다.

경칩풍속

경칩에도 이날만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 이날 보리 싹의 성장상태로 보리농사의 풍흉(風凶)을 점쳤다. 그리고 단풍나무과의 일종인 고로쇠나무의 줄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면 성병(性病)이나 위장병(胃腸病)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연인의 날, 은행씨앗 선물하기,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개구리알이나 도롱뇽알 등을 건져다 먹는 풍습이 있다.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믿어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에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행사를 행했다. 이때 선농제(先農祭)도 함께 지내는 규정을 두었다. 또 경칩이 되어 땅속에서 올라온 벌레나 갓 자란 풀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특히 불을 놓아 태우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하였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는 우수에 삼밭(蔘田)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다. 이는 우수와 경칩이 되면 자연의 새싹들이 돋는 것을 보면서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절기임을 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