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모호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임용권자의 재량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짚어 보고자 한다.

공무원 삶의 질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제도적 환경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신장하는데 적합하게끔 구성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익산시의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그 이유로 세 가지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집권적 구조다. 이러한 권한 구조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기초로 자율적인 행위를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는 불균형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결정의 참여가 배제되고 토론과 비판이 억제됨으로써 개인의 자기 실현욕구가 제한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감사체계를 지적할 수 있다. 합법성, 처벌위주의 감사체계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소극적인 행동만을 추구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복지부동이라는 행태를 낳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나칠 정도의 특정인을 대상으로 특별감사와 감사부서의 관련 법규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업무 수행의 비능률과 혼선만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레드테이프(어떤 상황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관리상의 또는 총괄적인 동작들이나 기능들에 관련된 것)의 문제다. 익산시의 경우 행정조직이 민간조직에 비해 레드테이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징계해야 할 대상공무원의 재량권 행사를 지나치게 억제함으로써 형평성의 입장에서 볼 때 소신있는 행정보다 윤리적인 판단 및 행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비현실적인 법규로 인해 공무원은 ‘서류상의 순응’이라는 내키지 않는 행위를 하거나 사후 문책과 개인적 판단 사이에서 갈등을 문제 삼아 지적된 사례를 가지고 처벌권자가 임의적으로 판단해 차별되는 이질적인 존재의식을 갖고 경징계를 해야 할 벌을 중징계로 해 도 단위에 상정하는 사례가 드물게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징계벌과 형사벌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정해져 징계할 자는 징계를 하지 않고 임용권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재량권을 가지는 현상은 조직에서 탈퇴하고 이직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의 일부분이라고 찾아 볼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익산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자긍심은 크게 훼손되고 불신감만 더 키우고 있다.

지난해 진모 국장과 이모 국장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다. 이에 진모 국장은 음주운전은 물론 뺑소니로 정직 2개월, 이모 국장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상해를 입혔으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경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양용준 전 계장은 중징계를 받고 퇴직할 수 밖에 없었다.

양 전 계장은 인사비리를 폭로하지 않았음에도 전주지검 특수부에 실명으로 진정했다고 익산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직위해제 3개월 12일과 정직 3개월 등 총 6개월 12일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국과수는 진정서에 찍힌 지문감식, 혐의당사자 확인, 전주지검 특수부의 민원회신 등을 통해 양용준 씨가 인사비리를 실명 또는 무기명으로 진정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중징계를 받았던 것이다.

위 사례를 볼 때, 누가 중징계를 받아하고 경징계를 받아야 하는 지가 분명하지만 재량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처벌을 내린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흔히 대표적인 부패와 무능력의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곳이 공직 사회로 사회적 평가가 매우 낮아 공무원의 명예적 자부심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무원에게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공직자 행동규범(공직자윤리법 및 공무원윤리헌장 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공무원들도 일반 시민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생활인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시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점에서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받는 운명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정치 공무원을 배제하고 기강해이에 빠져 있는 공무원에게는 마련된 기준에 따라 공정하면서도 엄격한 처벌을 하는 반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승진 및 각 종 특혜를 줘 더욱 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임할 수 있도록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최고 책임자의 몫이라고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