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를 비롯 대한민국의 많은 중ㆍ소 도시들이 있다. 이곳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지역민들로부터 선택받아 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역민들로부터 선택받아 선출된 단체장과 의원들은 정당을 가지고 있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난 17일(일) 저녁 11시에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총 3꼭지의 기사 중 '우리는 머슴입니다'라는 꼭지 기사를 통해 현재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기사를 요약하자면, 경기도 오산시의 지역구 안민석(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2011년 12월 경에 서울 전당대회를 위해 오고가는 버스 안에서 "시의원 된 거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지금도 지역 국회의원 이야기 안 듣는데..."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나 공천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대들이 잘나서 시의원 된 거 아니라고 이렇게 명심하시기 바라겠다"고 말하면서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국회의원이 시의원을 혼낸 이유가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의 아버지가 오산보육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이걸 막지 못했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즉, 현 민주당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오산시의회 최웅수 의장은 이 국회의원의 재선을 도운 공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최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을 받았는데 안민석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국회의원은 시의원들에게 "언론에 나가는 거는 지방의원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시의원답게 체육회 행사나 따라다니고 경로당을 찾아 다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시사매거진 영상보기(아래 주소 클릭)

http://vodmall.imbc.com/player/player.aspx?broadcastid=1000845100562100000&itemid=851446

이외에도 시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두고 당론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역 현안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각 정당의 이익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비판했다.

성남시의회 새누리당 소속 한 시의원은 당론보다는 지역 현안이 중요하다고 해 소신대로 찬성했다가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은 제명안을 윤리위에 회부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당 소속 시장이나 시의원이 시민들을 위해 정치를 잘하면 또 다시 선출돼 자신의 당 소속 시장이나 의원이 선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으로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와 같은 일이 과연 오산시의원와 성남시의원만 해당되는 것일까?

위의 오산시나 성남시는 경기도에 있어 민주당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이 비등하게 있다보니 생긴 현상이지만 호남권이나 경남권은 민주당 또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다보니 위와 같은 모습은 없다.

다만, 감시와 견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익산시만 보더라도 시장이 속한 당의 시의원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익산의 부채를 끄집어내고 시정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는 대부분 무소속 시의원들이 하고 있다.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시의원에게 연락하지만 발벗고 제대로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의정보고를 위해 지역을 돌아다니면 어김없이 시의원들의 얼굴도 보인다.

이는 국회의원에게 밉보이면 안되기 때문에 더 나아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눈 밖으로 나면 안되기 때문에 따라 나서고 있다. 즉, 공천만 받으면 90% 이상은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의 명분은 오로지 지역민들의 힘으로 지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역민의 눈치를 보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정당공천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폐지를 통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기간 중에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드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내년 지방선거가 약 1년하고도 2개월 보름 정도 남았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지금부터 논의하고 기득권을 놓겠다고 지난 대선 때 열심히 홍보했던 각 당의 국회의원들. 이제 그 기득권을 놓아야 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충성해야 할 머슴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충성해야 할 머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