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보아야 재밌다. 오래 곱씹어야 맛을 알 수 있다. 고전이 그렇다. 익산 지역 고교생 중심의 순수문학동아리 ‘익산 고전독서회’는 통렬한 자기 찾기와 날선 토론으로 뻔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모임이다. 올해 창립 45년으로 불혹을 훌쩍 넘긴 독서회의 이야기와 고전의 심오한 매력을 들여다봤다.

젊음, 세상을 읽다

익산 고전독서회의 시작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 북중 3학년이면서 3대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한상균 회원은 전주 문학 모임을 익산지역에도 이어가고자 오산면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참가했던 사람은 박병규, 이현순 회원 등이었으며, 최초로 읽고 토론했던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3월 이리 기독교회관에서 고전독서회 이리지부가 결성됐는데 이것이 현 익산 고전독서회의 시작이다.

놀이문화가 마땅찮았던 70년대 고교생 위주의 독서모임은 젊은이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좋은 돌파구가 됐다. 회원들은 ‘삶 사랑, 사람 사랑, 겨레 사랑’이란 정신적 지향점을 목표로 논어와 맹자, 채근담 등 동서양 기본적인 고전문학을 정하여 장기간 심도 깊게 토론하는 본 수업과 매주 주요 문학작품 한편씩을 선정하여 토론하는 문학산책 등을 진행했다.

긴 역사만큼 시련도 끊이지 않았다. 고교 1학년 1학기 활동 후 하기수련회에 참가한 7대 여회원들은 학교로부터 집단 징계의 위기에 처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또, 13대에는 이리역 앞에 있던 기독교회관이 이전하게 돼 독서회는 기독교방송국, 노라노 양재학원, 예식장, 회원 집 등을 전전하면서 겨우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익산 고전독서회 김주면 회장(12대)은 “학교생활 이외에 다른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서로의 삶을 읽고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이 일상의 큰 감흥을 주었다”며 “회원들의 끈끈한 우정과 고전에 대한 열정이 모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리딩으로 리드하다

익산 고전독서회 회원들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회원’과 졸업한 ‘정회원’으로 나뉜다. 고교생 중심의 모임이 졸업 후에도 이어지며 현재는 회원수만 600여 명에 달한다.

사회에 진출한 정회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며 학생회원들을 위한 특강 등을 통해 든든한 지지자와 조언자로서 모임의 힘이 돼 주고 있다.

박남숙 용인시의원과 김종화 MBC 논설위원, 정해천 국방대학교대학원 교수, 박종일 상군검침사업본부장, 성상현 동국대 교수, 박종호 신경정신과의원장 등 각계에 진출한 독서회 출신들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최근 44대 신재용 회원이 서울대에 입학해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고전인들이 이처럼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인문고전의 막강한 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해천 회원(6대)은 “오랜 세월동안 넓은 지역에서 여러 사람에게 읽힌 고전을 읽다보면 사람들의 고민도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다”며 “고전을 읽는 것은 인류의 스승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임 회원(14대)은 “딱딱하고 고된 학습은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서 기쁨으로 변했다”며 “역사를 만들어온 인물들의 숨은 생각과 가치를 깨닫는 순간 고전의 참 맛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나의 역사를 바꾸는 시작

고전을 접하기 힘든 혹은 낯설어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산고전독서회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학생회원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열리는데 현재는 신입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어서 대학생 위주로만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들은 고전이라 해서 구태의연하고 한문 일색의 책이거나 혹은 이해하기 힘든 책이 아닌 그 어떤 책이라도 본인의 생활이나 삶과 연계시켜나가면서 읽고 이해한다면 초보자나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주면 회장은 “자기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설정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고 또한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비판과 긍정을 배워나간다면 자신의 역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될 것”이라며 “관심 있는 고교생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 익산고전독서회 가입하려면...

카페- 익산고전독서회 http://cafe.daum.net/happyreading

문의- 유강희 011-7610-9619, 이희운 010-6648-2252

모임장소- 익산 고려정형외과 지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