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지감자다. 이는 감자를 하지에 캔다고 하여 붙여진 일반명사로 원래는 가지과에 속하는 줄기식물이다.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로 전분이 많아 우리에게는 고구마와 더불어 구황작물(救荒作物)로 통했었다. 감자는 열매로 번식을 하지만 수확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싹이 트는 휴면기를 가진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하지는 24절기의 열 번째로 음력 5월에 해당하며, 양력으로는 6월 21일 혹은 22일로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있다. 이 시기는 태양이 황도상에서 90˚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이날은 북반부에서의 낮 시간이 14시간 35분으로 1년 중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아 최고의 남중고도(南中高度)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북위 23° 27'인 지점은 이 날의 태양이 천정(天頂)에 놓여 일사(日射)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서울의 북위 37° 30'에서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75° 57'이며 동지 때에는 29° 03'가 된다.

하지를 기점으로 기온 상승이 현저하며, 북극지방에서는 밤에도 밝은 백야(白夜)가 일어나고 남극에서는 낮에도 어두운 흑주(黑晝)현상이 발생한다.

농도(農道) 전라북도 전주에서 하지로 기준한 6월21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23.1℃였으며, 최고기온의 평균은 28.2℃로 덥고, 최저기온의 평균도 18.6℃를 나타냈다.

강수량은 1.5mm에 평균습도가 73.6%로 덥고 짜증나는 날씨에 든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바람도 아직 시원하게 불지 않는 평균속도 1.3m/s를 보인다.

옛 사람들은 하지날(夏至日) 이후 15일간을 5일씩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중후(中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반하(半夏)의 알(卵)이 생긴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반하(半夏)는 외떡잎식물로 천남성과에 속하는 약초(藥草)의 일종이다.

하지가 되면 개망초꽃이 온 들판을 뒤덮는다. 따라서 밭에 핀 꽃을 보고도 게으른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을 구분하기도 하였다. 이때의 농사로는 메밀파종과 감자캐기, 고추밭매기, 마늘캐기, 대마수확 등이 이루어지고, 늦은 그루갈이를 준비하여야 한다.

하지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제물로는 개나 돼지 또는 소를 잡아 그 머리만 물속에 넣으면, 노(怒)한 용신(龍神)이 비를 내려 깨끗이 씻는다고 믿었다. 반대로 보아 하지에 비가 오면 일부러 기우제를 지낼 필요도 없이 풍부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어 풍년이 들 거라고 짐작하였다.

그래서 하지가 지나면 장마와 더불어 풍부한 물로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눈에 보이게 달리 큰다는 말도 생겨났다. 또 장마가 들면 잦은 비로 발을 적시게 되니 나막신장사 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감자는 쪄먹는 것이 제 맛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감자전이나 감자송편, 감자국수, 감자튀김, 감자조림, 감자맛탕, 감자국, 감자피자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감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섬유질, 칼륨을 비롯하여 비타민C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감자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열에 파괴되지 않는 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도 토마토와 상추, 계지차(桂枝茶)도 제철음식에 속한다.

적도 근처의 별자리 28수 중에서 하지 초저녁에 뜨는 7개의 별을 북방7사(北方七舍) 혹은 북방7수(北方七宿)라 부른다. 28수는 달이 운행주기 27.32일을 기준하여 부르는 것이며, 달이 머문다는 의미로 수(宿)를 붙였다.

28수 주변 동쪽은 창룡(蒼龍), 북은 현무(玄武), 서는 함지(咸池) 또는 백호(白虎), 남은 주작(朱雀)의 4관으로 분배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페가수스자리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높은 산에 올라가면 겨우 볼 수 있는 고물자리, 공기펌프자리, 나침반자리, 남쪽왕관자리, 돛자리, 두루미자리, 봉황자리, 비둘기자리, 에리다누스강자리, 이리자리, 조각칼자리, 조각실자리 일명 조각가자리, 켄타우루스자리, 현미경자리, 화로자리 일명 화학로자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