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농지개발 행위를 단속해야 하는 공무원이 농지(답)를 사토장으로 알선해 불법으로 수백 톤의 퇴적폐기물을 투기한 것으로 보이는 의혹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익산시는 어양동 소재 00건설회사와 관내 배수로 잠관흡입준설 작업을 계약하고 공사를 진행한 가운데 흡입준설 과정에서 발생한 퇴적폐기물 약 1백여 톤을 담당공무원이 개발행위(농지전용) 확인사실을 외면하고 불법으로 농지에 버리도록 한 것이다.

익산시는 2013년 농업기반시설 확충 계획에 의거사업을 시행함으로서 농촌생활, 환경개선 일환으로 지난 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신흥동과 왕궁면 동촌리의 배수로와 농수로 2곳을 잠관흡힙준설 작업을 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나온 흙은 함수율(수분이 들어 있는 비율)이 높은 사토(모래가 많이 섞인 흙) 퇴적물이 성토제(재활용이 가능한 흙)로는 적합하지 않으며, 농지개발 행위 시 적합한 흙을 사용하거나 토사의 유출 등 인근 농지의 농업경영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또한 악취가 발생하는 퇴적폐기물은 폐기물로 분류해 지정업체에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불법으로 투기한 퇴적폐기물이 주변에 악취가 발생하고 비밀 배출구를 통해 폐수를 방류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땅주인인 B모씨는 "시에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 흙을 요청했었고 이번에 매립한 흙을 확인하지 못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산과 담당자 K모씨는 "이곳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이미 매립돼 있었고 또 요청을 해 매립한 것이다"며 "자꾸 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폐기물이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흙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본 기자는 배수로 공사를 한 신흥동을 찾아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성토제로 보기에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재활용할 수 없는 흙은 폐기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담당자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사실 사용하기 어려운 흙이다"며 "농사를 짓기 위해 흙이 필요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단지 매립해 달라고만 해 그 흙을 보낸 것이다"고 말해 사실상 폐기물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

다시 본 기자는 "석왕동 그곳을 확인해 봤는지"라고 묻자,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농사를 짓기 위해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땅주인이 면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곳은 익산시가 지난 5월 중순경 불법으로 농지를 매립하고 시설물 등을 설치한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곳으로 이를 확인하지 않고 매립용 흙을 가져다 준 것이기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즉, 원상복구를 시켜야 함에도 익산시가 행정처분하고서는 오히려 매립을 도운 것이 된 것이다.

[사진설명 : 위 - 신흥동에서 나온 흙을 석왕동 농지에 매립한 장소로 농사용 흙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중간 - 지난 5월에 불법으로 농지를 매립한 석왕동에 있는 농지. 불법으로 매립했기에 익산시는 행정처분을 내린 곳으로 원상복구를 해야 함에도 오히려 매립을 도운 꼴이 됐다. 아래 - 신흥동의 한 배수로로 이곳의 흙을 석왕동으로 옮겨 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