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익산 여산면에 있는 육군부사관학교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주역인 이영주, 김수빈, 김유진 하사의 임관식이 있을 예정으로 눈길을 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창조했던 ‘태극소녀’들이 빛나는 하사 계급장을 달았다. 1882년 축구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후 무려 128년 동안 남자 대표팀 선수들조차 이루지 못했던 FIFA 월드컵 우승과 3위의 위업을 달성해냄으로써 온 국민들을 열광하게 했던 이영주 하사, 김수빈 하사, 김유진 하사가 그 주인공.

2010년 독일에서 열렸던 U-20 여자 월드컵 대회에 막내로 참가해 3위라는 대기록을 이뤄냈던 이영주 하사(22세)는 2012년 일본에서 개최된 동 대회에서 대표팀의 주장이자 든든한 맏언니로 출전, 축구 강국 이탈리아와 브라질을 물리치고 팀을 8강에 올렸던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동산정보산업고와 한양여대 재학시절 이 하사는 여왕기, 전국선수권대회 등 전국대회 우승 5회, 준우승 1회, 3위 1회를 견인한 주역이며, 2010년 추계연맹전에서는 대회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한국 여자 축구계의 ‘박지성’이라고 불리는 기대주이다.

U-16 대표팀을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이 하사는 2013년 W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지목, 부산 상무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 하사를 상무팀으로 데려 온 이미연 감독(부산 상무ㆍ39세)는 “이영주 하사는 축구실력 뿐 아니라 인성과 마인드 모두 뛰어나다"며 "특히 U-20 대표팀 주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해냈던 것이 가장 큰 장점이어서 망설임 없이 1순위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하사는 즉시 전력감이다. 성실하고 자기 역할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임은 물론, 기량과 인성, 군인으로서의 정신력 모두 훌륭하다. 살림꾼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개최된 U-17 여자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김수빈 하사(22세)와 김유진 하사(22세)도 육군 하사 계급장을 달고 이 하사와 같은 팀인 부산 상무에서 활약하게 된다.

이들은 상무 입단 규정에 따라 부사관으로 임관하기 위해 지난 12주 간 육군부사관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사실 이 때문에 병역의무가 없는 WK리그 여자 선수들이 상무팀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상무팀에 지명되면 당황해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다는 후문도 있다.

그러나 오늘(28일) 임관한 3명의 하사들은 오히려 지난 3개월의 시간이 자신들의 축구 인생에 커다란 보탬이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수빈 하사는 “군대에 온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겁도 났었다. 그렇지만 지난 12주의 시간은 내게 있어 강인한 체력단련과 각종 강도 높은 교육훈련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담금질 할 수 있었던, 너무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유진 하사는 “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직업군인으로서 선수 생활이후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하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WK리그 무대에 서게 되는 것도 감격스럽지만, 지금까지 축구밖에 몰랐던 내가 육군 부사관 양성과정이라는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군의 초급간부인 하사로 임관하게 된 것이 너무도 영예롭다”며 “많은 분들이 과분한 기대를 주시는 만큼 보다 큰 기쁨을 드리는 ‘군인선수’로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사진설명 : 육군 하사로 임관하게 되는 여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유진 하사(왼쪽), 이영주 하사(가운데), 김수빈 하사(오른쪽)가 앞으로 부산 상무 팀에서의 선전을 결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