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선포했다. 사회악은 어느 민족 어느 사회 건 존재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4대 사회악이라 하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악으로 꼽는 것이다.

이런 사회악에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 꼽혔다. 나에게도 이런 악들은 정말 만나기 싫고 보기도 싫은 악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는 4대사회악 근절이라는 기치를 내 세우고, 각 기관이나 치안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열을 올리며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길거리마다 4대 사회악 근절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어림잡아도 100m마다 하나씩은 만날 수 있는 내용이다.

나는 이런 문구를 보면서, 길거리 가는 곳마다 걸린 현수막은 누가 걸었으며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가 지불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선 경찰서에서 지불했을까? 아니면 각 지자체에서 지불했을까?

길거리에 나붙은 숫자가 너무 많아 한 도시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동서로 약 5km의 도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남북으로는 약 8km의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을 도로 구분으로 분석해 보면 동서로 6개, 남북으로 7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길이가 짧은 구간도 있지만 이것을 전부 통틀어 길이가 긴 도로로 환산할 때 어림잡아 나오는 수치다. 그것도 자동차 교통량이 많은 도로만 계산했을 때이다.

그러면 총 길이는 86km에 이른다. 이 거리를 약 300m씩 나누면 총 286개의 현수막이 붙어 있는 셈이다. 물론 도심에서는 300m가 아니라 200m 혹은 100m의 구간에 붙어있는 경우 또는 사거리 신호등 방향마다 나붙은 경우도 있어 어디까지나 어림이니 300m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현수막 한 개당 제작 및 거치에 5만 원을 계산하더라도 대략 1천4백만 원이 넘는다. 이때 거치 기간이 길어지면 별도의 요금이 징수된다. 그런데 4대 사회악 근절처럼 단기간이 아니라 1년 내내 혹은 다른 이슈를 만들기 전까지 5년 내내 거치한다면, 그 금액은 누가 계산이라도 해봤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런 현수막을 잘 살펴보면 어느 경찰서 혹은 어느 지구대라는 명칭이 있고, 그 옆에 어떤 기관이나 단체 혹은 업체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극히 드물게 특정 단체명만 붙어있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 많은 현수막 비용은 누가 지불했을까? 하긴 이런 것이 대수는 아니다. 다만 4대 사회악을 근절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현수막을 보면서 정말 사회의 가장 큰 범죄 사회악 4가지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 해봤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폭력이 아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들은 장차 이 나라를 책임질 세대이기 때문에 정의와 가치가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와 장애인을 포함해 저항능력이 부족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성폭력 역시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 이런 것은 육체적인 병은 물론 평생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까지 받는 참혹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안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가축과 동거하는 경우가 많은 마당에, 하물며 사람이 사람을 폭력으로 위협하는 그것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정말 있어서는 반인륜적인 처사이다.

그리고 전 국민의 먹을거리라는 이름을 빌려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를 하는 사람들도 없어져야 한다. 특히 인체에 해로운 첨가물이나 먹기에 부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극형으로 다스려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라 할 것이다.

최근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나치전범을 찾아낸다는 내용을 접했다. 이것을 한 마디로 반문하면 ‘그들은 아직까지도 용서하지 못하고 과거를 들먹이는가’이다.

사람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범위가 있고, 신이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만약 사람으로서 신이 할 수 있는 용서까지 해낸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으로 신과 동격인 셈이다.

나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용서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국민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행동과 영토적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되짚어보면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등이 포함되며, 근래에는 한일늑약에 의한 일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나라가 되며, 거기에 빌붙어 국민을 괴롭히고 천 년 만 년 종 부리듯 할 기세를 지녔던 사람들은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가 요즘 말하는 친일파가 청산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친일파의 청산은 그냥 용서한다고 말만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나치전범을 끝까지 추적하듯이 우리도 친일파를 끝까지 추적해 응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친일파는 말할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다면 내가 하면 준법이고 남이 하면 불법이란 말인가? 내가 하면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인 행동이고 남이 하면 육체적 쾌락을 바탕으로 하는 천박한 행동이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4대 사회악 보다 더 크게 다뤄야 할 특 사회악은 바로 친일파다. 아직도 득세하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이 독도를 일본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진배없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진정으로 뼛속까지 친일파이기에 한국인으로서의 친일이 왜 잘못 됐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직도 과거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화산폭발에 의해 혹은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에 의해 참혹한 변을 당한 후에도 그럴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그러면 친일파가 정신을 차릴지도 궁금하다.

만약 친일파가 그렇게 해서라도 정신을 차린다면 나는 전자를 부인하지 않겠다. 그 이유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던 것에 대해 그만한 보응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일파에 대한 그만한 문책이 있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악은 그 종합대상감이 친일파이며, 둘째인 특상감에는 철학없는 정치인, 세번 째인 대상감에는 주취폭력과 악덕사채업자를 포함하는 조직폭력배이다.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나무를 보면서, 잎사귀 몇 개를 떼어 낸다면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정말 근절하겠다고 한다면 글자 그대로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잘라내야 할 것이다.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거리마다 나붙여 눈을 혼란스럽게 하며, 철학도 없이 그냥 주는 대로 먹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안 될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국이 위에서 따낸 잎사귀 몇 개로 덮여질 것인가. 국민들은 그렇게 착하게 살아도 권력자는 여전히 개인 치부만 하겠다는 것인가 묻고 싶다.

[위 칼럼은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