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의 4색종교 성지로 유명한 익산시에 오산 남전교회(제18호)와 웅포 제석교회(제19호)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달 25일 한국기독교 사적으로 지정됐다. 그에 앞서 한국기독교 사적 제4호로 지정된 성당 두동교회를 포함한 세 교회가 익산의 기독교 명물로 새롭게 떠올랐다.

4·4 솜리 만세운동 기념지, 오산 남전교회 (제18호)

▲ 오산면 남전교회의 옛 모습

1897년 설립된 남전교회는 익산 최초 교회다. 1919년 3·1운동과 연계해 이뤄진 4·4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해 민족혼을 일깨우는 발원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문용기 열사를 비롯한 남전교인들과 학교 학생들이 주도해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성공한 ‘솜리 민중항쟁’은 전북지역 최초의 성공적인 만세운동이며, 단일교회에서 주도한 시위로서는 가장 큰 만세운동으로 기록된다.

이후 오산면사무소 뜰 안에 순국열사 충혼비를 세우고, 1949년에는 당시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남부시장에 순국열사비를 세웠다. 이승만 대통령이 순국선열비문을 친필로 하사했다.

3·1 만세운동 기념지, 웅포 제석교회(제19호)

▲ 웅포면 제석교회의 현대식 건축물

1906년 설립된 웅포 제석교회는 오산 남전교회와 함께 1919년 3·1운동 당시 익산·군산·강경지역의 3·1운동을 주도해 거점지로 인정받았다. 해리슨(하위렴) 선교사는 1908년 교회 내 부용학교를 세워 100여 명의 학생을 가르쳤으며, 1919년 군산·웅포·함라·용안·강경지역에서 3·1만세운동이 전개되자 부용학교 출신들이 적극 참여했다. 이후 사립부용학교는 제석교회 성도들이 3·1운동에 적극 가담했다는 이유로 강제폐교 당했다. 현 웅북초등학교가 사립 부용학교다.

또한 제석교회 인근에는 1890년대 홍씨 일가가 지었던 3채의 고패집 중에 한 채가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곳 고패집(ㄱ자)에 십자가를 설치해 고패집 교회를 갖게 된 것이 제석교회의 전신이며, 이는 성당 두동교회와 같이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해 한국교회 건축의 독특한 유형을 보이고 있다.

남녀칠세부동석 'ㄱ'자형 예배당, 두동교회

▲ 성당면 두동교회의 'ㄱ'자 교회(오른쪽)와 현 교회의 모습

성당 두동교회는 2011년, 세 교회 중 제일 먼저 기독교 사적 제 4호로 지정됐다. 보기 드문 초기 개신교 교회건축인 'ㄱ'자형 구본당은 당시 지배적이었던 유교사상을 일거에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종교 속에 포용한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설교를 하는 강대상(講臺床)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남자석·왼쪽은 여자석으로 구분됐고, 남녀유별의 유교적 풍습에 따라 각각의 출입문을 뒀다. 예배시에는 강대상(講臺床) 앞의 8각주와 모서리 기둥사이에 휘장을 둘러 남녀가 서로 볼 수 없게 했다. 이 건축물은 기독교와 한국 전통을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2002년 4월 6일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제 179호로 지정된 바 있다.

한편, 익산시는 익산만이 가진 4색종교의 매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으로 이뤄지는 '익산 명물 찾기' 추진을 통해 다양한 익산의 명물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