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재민’이란 ‘권력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민주주의 제1원리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사회에서 모든 공권력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어떠한 권력도 시민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산업자본주의 체제아래에서 공권력은 자본과 시장을 좇아 노동자와 농민을 소외시켜 왔으며, 급기야 ‘인간의 본질이 이익과 경쟁에 있다’는 허위의식을 낳았다.

그 결과 ‘생명과 노동’, ‘협동과 공존’이라는 삶의 본질적 가치는 소외되었고, 시민 또한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간 우리 익산에도 이미 종언을 고한 ‘미국 따라잡기’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고, 공공성의 가치를 소수 기득권과 자본에 편입시킨 나머지, 예외 없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부추겨 왔다.

이러한 역사적 질곡에서 익산 시민들 또한 지역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공공성의 중심에서 소외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시민들은 4.4만세운동과 4.19혁명, 5.18민주정신으로 이어져온 시민정신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부정과 부패에 염증을 느낀 익산시민들이 일당 독식체계가 강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지역 정치판에 무소속 시장 당선이라는 소위 시민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세력과의 갈등과 반목은 타 지역 주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어 견디기 힘든 수치심을 낳았고, 급기야 무소속 시장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 이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박경철 시장이 내걸었던 공약 사업 중,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던 광역상수도 전환문제는 기존 시 집행부가 ‘익산시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해왔음에도 신임시장이 시의회와의 소통 및 공론화 과정 없이 ‘전면 광역화 전환’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나아가 북부권 행정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면서 시의회 반대에 부딪쳤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는 그간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지켜보면서, 시민주권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작금의 사태는 참으로 지역사회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오랫동안 일당독식 체제로 운영되어온 지역 정치판에서 무소속 시장의 진로가 순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주권의 입장에서 지역 내 갈등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기에 우리들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자 한다.

하나, 지자체의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반드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수 없다. 기존의 체계가 새로운 생각을 만나면 갈등이 표출되고 서로의 생각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익산시민의 뜻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비판과 견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건전한 비판과 견제이다. 건전한 비판과 견제라야 익산 시민들의 지지와 선택을 받을 것이고, 시민의 이름을 빙자한 당리당략적 처사는 필연적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하나, 작금의 시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은 시민들에게 이성적 한계를 넘어서 대외적 수치심을 자아냈다. 단체장 취임이후 이른바 허니문기간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회적 에티켓은 차치하고, 기득권 다수정당의 반성적 태도나 지역사회 모든 갈등을 수용할 시장의 포용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기득권 다수정당의 지구당을 책임지고 있는 양 국회의원의 수수방관을 경계하며, 이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즉각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신임시장은 하루빨리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진정으로 시민과 의회를 시정의 파트너로 삼아 모심과 소통의 정치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 지역 언론은 권언유착 등 구습에서 벗어나 정론직필의 저널리즘 본령 즉 균형적 시각과 사회정의감에 입각하여 지역사회 갈등해소의 중심에 서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시민사회는 지역 언론의 사회적 양심과 통찰력을 믿는다. 진심으로 부당한 기득권이나 상업주의와 결탁하지 않고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 건설에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

하나, 일련의 지역사회 갈등이 이해 당사자 간 직접해소가 어렵다면 오로지 시민의 편에서 이권에 자유로운 지역 어른들에게 지혜를 여쭤야 한다. 시민사회의 원로와 종교지도자, 그리고 지역 언론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테이블>을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로부터 우리 익산이 ‘생명과 노동’, ‘협동과 공존’이라는 공공성의 가치가 존중되고,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고양되는 좀 더 성숙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회공공성 공교육강화 익산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