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근 시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빠른 편이다. 정해진 근무 시작은 아침 8시이지만 대개는 1시간 전에 혹은 45분 전에 도착한다. 그래서인지 교통 혼잡은 덜해 출근 소요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지방 소도시에서는 행동반경이 짧고 차량도 적으니 별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1가구 2차량 시대의 출퇴근 시간은 많이 혼잡해진 것이 현실이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평소처럼 오늘 아침에도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전하고 있는데 옆으로 휙 하고 지나가는 차량이 있었다. 추월하여 가는 차를 자세히 보니 ‘소울’이라는 차였다. 차의 정확한 제원은 알지 못하지만, 길이보다 높이가 더 높아 보여 균형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차량이 지나가니 웬지 내가 불안한 감을 느꼈다. 그냥 조용히 물 흐르듯이 그리고 천천히 지나갔다면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차를 추월하여 가는 것을 보면서는 운전을 참 잘한다는 생각과 함께, 저러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그 차는 다시 앞에 가는 차량을 추월하여 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되짚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사람은 매우 바쁜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아침 한적한 시간에 저렇게 바쁘게 운전을 하는 것을 보니 혹시 아침 조출 시간에 늦은 것은 아닌지, 혹 어떤 조찬 모임에 지각이라도 한 것인지 염려 아닌 염려도 되었다.

그 사람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규정 속도로 천천히 달려도 늦지 않으니 걱정이 없으며, 이 속도를 유지하면 어떤 신호등에서 어떤 차례에 걸릴지도 알고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도 차분하다. 매일 다니는 길이니 어디에 요철이 있고 어디에서 구부러지는지조차 알고 있어 돌발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다. 어느 교차로에 가면 차량들이 엉키고 어디쯤 가면 신호위반을 하는 차량이 많은지, 어느 곳에서 사고가 많이 났는지도 알고 있으니 방어운전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들은 모두 나를 위주로 생각하기 나름인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은 것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자기 방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런 것을 두고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타는 차는 오래되어 낡은 차라서 순간 가속도나 고속 주행이 불가하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이리저리 차량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며 운전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출근하면서 그냥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기에 좋은 측면만 찾아 강조하며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내 생각이 맞는 듯도 하다. 이 세상의 일들이 내 생각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애써 표현하자면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나는 행복한 것이다. 남들이 볼 때에는 어설프고 부족해 보여도 내가 느끼기에 충분하면 행복한 것이다.

오늘 겨우 80점을 받았어도 어제 60점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훌륭하고 충분한 것이다. 내가 계산할 수 있는 수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숫자를 초과하는 것은 모두 차고 넘친다는 같은 범주일 뿐이다. 말하자면 필요한 숫자를 채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하나가 넘치나 둘이 넘치나 넘치기는 매 한 가지라는 말이다.

반대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9천 9백 개를 가지고 있어도 1만 개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족한 것이고, 99점을 받았어도 100점을 생각하면 부족한 것이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본인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는데 누가 그 사람을 두고 행복하다고 할 것인가. 그러고 보면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기 나름인 듯하다. 평범한 일상에서 오늘도 나는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행복스러울 것 같지 않은 일 속에서도 행복한 면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