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속경기 중에 소싸움이 있다. 이는 소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경기로 한 쪽이 고개를 돌리고 도망가거나 무릎을 꿇고 넘어지면 지는 것으로 판정한다. 이때 등장하는 소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큰 수소들이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에 굳은살이 박이고 어깨며 다리에 근육이 우람하다. 따라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그놈 참 힘깨나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런 소싸움은 전국적으로 아주 많이 열리고 있다. 예전에는 전국의 두서너 군데에서만 시행되었지만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소싸움은 진주소싸움과 청도소싸움이 있다.

우리 지역에도 완주와 정읍 등지에서 소싸움이 열리고 있지만 그리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때 참가하는 소들은 경기를 개최하는 관할 지역 내에서 거주하는 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떤 소든지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에 출전 소 부족으로 인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따라서 여러 지자체에서는 판만 벌이면 되는 행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 참가한 소들은 대략 100마리에서 400마리까지 있어 예선전과 결승을 치루는 혹독한 무대가 펼쳐진다. 따라서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를 노려 와신상담 노력하기도 한다.

이런 소들은 평소 근육운동은 물론 인내력과 담대함을 키우는 훈련, 치고받는 싸움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훈련을 한다. 먹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인삼에 더덕에 한방 보양제, 영양이 풍부한 농후사료, 인위적으로 만든 효소제, 그러면서도 거친 조사료를 엄격한 통제 하에 조절하여 기르는 수고가 따른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민속씨름에 나가는 선수들처럼 철저한 관리가 따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에 소요되는 비용도 연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이런 소들이 한 번의 소싸움에 나가서 우승을 한 경우 받아내는 상금은 얼마나 될까. 대회의 규모와 역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적게는 300만원 수준부터 많아도 1,000만 원 정도이다. 어느 체격 좋고 힘이 좋은데다가 싸움기술마저 갖추고 있어 일품인 소가 있다하더라도 그 소가 1년에 벌어들이는 상금은 최대 1억 원 내외다.

그런데 이 1억 원을 버는 소라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고와 노력이 따르며, 그를 관리하는 주인 역시 처절하리만치 고달픈 생활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명성을 알아주는 것도 소싸움 관련 사람들 몇 명만 알 뿐이다.

그럼에도 전북에서 길러진 싸움소가 상금 1억 원의 랭킹을 가진 적이 없었고, 현재도 그럴싸하게 알아주는 랭킹에 드는 소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 어느 세월에 상금 1억 원을 버는 소가 탄생할 것인가. 정말 그런 소가 생겨나기는 할 것인가.

익산시 낭산면에 가면 훌륭한 수소가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 수소는 싸움소가 아니라 일명 씨를 주는 소다. 일반적으로 씨소는 싸움소처럼 거칠지도 않고 근육이 발달되지도 않았다. 또 체력단련을 위하여 주인과 함께 피나는 훈련을 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다른 소들과 스파링을 거쳐 싸움기술을 연마하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면 덩치는 크지만 순하고 착한 소처럼 보인다. 이런 소가 연간 1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는데, 굳이 주인마저도 힘에 겨운 싸움소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 소의 이름은 전북 1호 보증수표 씨수소다. 이런 씨소는 전국에 61마리가 있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싸움소보다도 더 적은 숫자다.

그러면서도 벌어들이는 수입은 훨씬 많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까. 물론 개인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싸움소를 기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고된 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므로 좀 더 편한 길을 선택하고 만다.

우리가 한우 축산 농가를 육성하고 한우고기 소비를 장려하지만, 정작 어떤 것을 우선하고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간과하고 있다. 자칫하면 훌륭한 자질을 갖춘 한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토양은 있다.

정읍의 축산진흥정책과 맞물려 장수의 청정지역, 완주의 로컬푸드 정책들은 기본 소양을 갖춘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현가능성이 적으면서 더구나 힘마저 드는 싸움소를 길러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농도 전북에는 농도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비록 수소 한 마리를 길러내는 미미한 사건에 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