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발전설비계획을 과다하게 세워 전력비용을 낭비하고 발전사들의 투자비 회수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익산 '을')은 지난 10일(목) 세종시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산업부가 적정설비 규모 및 전원구성을 도출하기 위한 계획수립 전산모형의 입력값 등을 조작해 과다한 발전설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전정희 의원은 김영창 아주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해 정부가 원하는 발전설비 계획을 도출하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전산모형의 입력 값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신문했다.

김영창 교수는 “6차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되고 난 뒤 전산모형에 입력된 자료를 받아 국회입법조사처가 6차 전력수급계획의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34개의 조합으로 전원구성의 값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렇게 적은 수의 대안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 비용이 최소화되는 최적 설비계획이 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6차 전력수급계획 자료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공급지장시간(0.3일/연간)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설비예비율은 5%로 산출됐다”면서 “확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처럼 공급지장시간(0.3일/연간)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설비예비율을 15%가 되게 하려면 발전기의 고장정지율을 크게 하면 이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7차 발전설비계획 수립을 위한 전산모형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시연하는 자리에서 전력거래소가 원전계획예방정비일수(64일)를 높게 잡아 설비예비율을 15%로 맞춘 사실이 밝혀졌다.

김영창 교수는 “2011년 9.15 정전사고 이후 과다 설비계획으로 전력설비가 남아돌고 있는 상황인데다, 수요성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설비예비율을 높게 가져가게 되면 예비력이 너무 커져서 전력비용이 늘어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기저발전기를 제외한 발전기들은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1977년 발전설비 확정계획 전산모형(WASP)을 도입해 한전에서 설비계획을 수립했던 전문가이다. 또한 19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와습이론을 응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제약 등의 환경문제를 고려한 다목적 전력수급계획 모형개발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은 수급계획 모형의 전문가이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전산모형 개발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을 하고 있다.

전정희 의원은 이날 “전산모형을 통해 최적의 설비계획을 세운 뒤,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해 최종 전력수급계획안을 확정하는 절차가 맞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정부가 원하는 계획을 도출하기 위해 전산모형의 입력 값을 조작해 정부의 무리한 설비계획을 합리화 하려고 했다”고 질책했다.

전 의원은 이어 “정부의 잘못된 전력수급계획으로 전력산업을 혼란에 빠뜨린 것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합리적인 전력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과다 발전설비 계획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