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만 이상의 흥행몰이를 했던 '귀향' 조정래 감독이 투자하겠다면서 만난 한 정치인이 시나리오를 보자 집어 던지면서 이건 허위라고 한 말에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오늘(28일) 오후 7시 30분, 익산 모현동 문화 공간 카페 ‘키노(대표 신귀백)'에서 가진 조정래 감독 초청 강연에서 '귀향'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오명관)

조 감독은 "한 지방의 정치인이 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해 만났다"면서 "그러나 그 정치인은 시나리오를 보자 저에게 던지면서 이건 허위라고 말해 분노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친일파의 모습을 보인 그 정치인을 보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에 자원봉사자로 소리를 가르치기 위해 방문하면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면서 "그러던 어느 날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본 뒤 충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일본군이 자행한 끔찍한 일로 강일출 할머니는 이를 숨죽여 지켜봤다. 강 할머니는 구덩이 속에 버려진 소녀들 주위로 새빨간 화염이 타오르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이 담겨 있다.

조 감독은 "이 그림을 보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우 충격을 받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 2002년에 기획한 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며 "하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1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밝혔다.

더 이상 투자자가 나오지 않자 조 감독은 3분짜리 홍보영상을 만든 뒤 유튜브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고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이에 한 포털 사이트에 제작비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했고, 7만5천여 명의 국민들이 12억 원의 성금을 모아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며 성금을 모아 준 국민들에게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연한 배우들 덕분에 영화를 제작했지만 또 다른 산이 가로 막고 있었다. 배급사가 문제였다. 흥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독립영화 특성상 많은 영화관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처음 스크린 수는 겨우 20여 개. 하지만 입으로 소문나면서 관객점유율이 매우 높아지자 스크린수는 900여 개 가까이 늘어나 35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오른쪽)이 신귀백 영화평론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사진 = 오명관)

조정래 감독은 "일본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을 때 일본인들이 매우 놀라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면서 "이러한 일이 있었는 지도 몰랐고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안하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관리는 '다나까' 같은 착한 군인도 그려줘 고맙다면서도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 관객이 저에게 질문하기를 그 어떤 증거도 없는 즉 기록물이나 기록영상조차 없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묻길래, 전화로 말고 직접 만나서 인터뷰에 하겠다 했지만 끝내 거절했다"고 조 감독은 밝혔다.

조 감독은 "알고보니 이 사람은 관객이 아니라 일본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한국인으로 일본인의 입장에서 질문하고 글을 작성해 잡지를 통해 '귀향' 영화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이제이(오랑케로 오랑케를 친다)'같은 형식으로 한국인을 내세워 비판하도록 하고 일본은 이 기사를 통해 양심있는 기자가 비판하고 나섰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형태를 보이는 등 사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는 어린 여성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심지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극악무도한 짓을 했음에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은 물론 남성들을 매우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고 말한 조 감독은 "후속 작품 역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