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사] 봉귀숙 익산 여성의전화 대표

홈 > 사회

[2021 신년사] 봉귀숙 익산 여성의전화 대표

익산시민뉴스 | webmaster@iscmnews.com

승인 2021.01.01 01:20:27

올 해는 경찰서와 법원, 재판부, 언론사 등 많이도 쫒아다녔습니다.

특히, 30년 동안 성직자의 신분으로 자신의 신도들에게 성폭력을 자행했던 사건을 대응하기 피해자를 만나고 그 주변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익산 지역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낡은 사고체계와 그것을 지탱하는 낡은 사람들의 연대체계를 마주하며 “아직도”라는 무기력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마을 유지들께서 직접 나서서 피해자를 옹호하는 서명을 받아주었던 일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여 가해자를 엄벌하였던 일은 낡은 사람들의 연대체계와 사고체계에 균열이 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던 획기적인일이었습니다. 신축년에는 이러한 균열을 딛고 용기를 내어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드러내고 치유를 받는 시간이기를 희망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익숙한 삶의 방식에 일대 전환이 일고 있습니다.

물리적 공간에 모여야만 이루어지던 교육과 회의, 소모임 등도 가상공간인 온라인으로 이동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저녁에 익숙한 풍경도 9시가 되면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주거 공간 안에서 식사와 만남, 돌봄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존의 낡은 남녀 역할이 재현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대신 평등한 노동과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합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어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과 서비스직종에 진입한 여성들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은 더 크게 다가왔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노동을 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낡은 사고체계로 세상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인간으로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본소득체계가 신축년에는 논의되고 하루빨리 시스템화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