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토) 오전 근대문화유산인 '춘포역'을 향해 한 무리들이 힘차게 폐달을 밟으며 벚꽃 터널로 이룬 익산 만경강변을 통과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점퍼에 쫄쫄이 운동복, 헬멧에 고글까지 갖춘 이들은 여성친화도시 익산시는 물론 전북 유일의 여성자전거 동호회 ‘해피바이크’ 회원들이다.

최고 연장자인 구초춘(85) 회원과 이묘순(58)회장, 국정순, 음은희 씨 등 총 4명이 함께 달리다가 차가 보이면 회원들은 구씨에게 “이모님 조심하세요”를 외치며 챙기는 모습에 정이 묻어 나온다. 이들은 신 동익산역~ 만경강변~ 춘포역까지 약 14km 코스를 달렸다.

▲ 자료사진 : 해피바이크 제공

이 동호회는 YMCA 두바퀴에서 2004년 해피바이크로 다시 태어났다. 회원들은 전북 유일한 여성자전거 동호회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가입의향을 밝히는 남성들이 종종 있지만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의 자격만 주어진다. 20여 명의 회원들은 구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40~50대로 자전거 경력 평균 20년의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에 만나 자연을 벗 삼아 라이딩을 즐긴다. 또 환경살리기 운동과 같은 대외적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전거는 일상의 활력, 건강 선물해
- 탈수록 그 매력에 푹~
- 아직 미숙한 자전거 문화는 아쉬워

▲ 자료사진 : 해피바이크 제공

20여 년 넘게 자전거로 출퇴근 했던 이묘순 회장은 퇴직 후 심한 관절염 때문에 좋아하던 탁구를 못하게 되자 산악자전거를 시작하게 됐다. “관절이 안 좋아 병원에서는 모든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 산악자전거를 탔는데 병원에서 놀랄 정도로 관절염이 좋아졌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음은희(54)씨는 "자전거의 무한매력을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다"며 “가고 싶은 곳을 운동하면서 갈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고 탁 트인 길에서 언니와 동생들과 같이 달리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사라져 똑같은 코스를 달려도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예찬에 열을 올린다.

특히 회원 중 박명희, 추명자(52)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더 이상 병원에 다니지 않게 됐다고 한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허리근육을 많이 쓰게 돼 중년여성들의 고질병인 허리통증이 사라졌다.

▲ 자료사진 : 해피바이크 제공

동호회에서 최고령자인 구 씨는 "자식뻘 되는 동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일상의 활력소다"며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50여 년 넘게 탄 자전거 실력은 회원들과 라이딩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한다.

자전거 라이딩은 일상의 선물이 됐지만 매 순간이 즐거웠던 건 아니었다. 아직 미숙한 자전거 문화와 전용도로의 요철과 턱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꽤 오래 탄 우리들도 자전거 길에 있는 요철과 턱 때문에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자전거 전용 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인도 위에서는 왜 자전거를 타냐며 눈치를 주고, 도로로 내려가면 차 운전자들이 빵빵 거려 난감한 경우도 있다. 지역에 몇 개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해피바이크 회원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자전거 전도사를 자청했다. 좋은 건 나누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 탈수록 재밌고 건강해지는 자전거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용인이 증가해 자전거 문화가 빨리 정착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겨 있다.

회원들은 “자전거는 오래 묵을수록 좋은 친구 같다. 꾸준히 타면 젊음과 건강이 저절로 따라오는데 실제로 자전거 타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고 말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 외에는 항상 같이 다니니 진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이모님(구초춘 회원)처럼 멋있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자전거 타고 어디만큼 가봤니?
-해피바이크가 추천하는 지역 내 자전거코스

▲ 자료사진 : 해피바이크 제공

익산은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넓게 펼쳐진 들판을 만날 수 있다. 해피바이크 회원들은 주로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농로를 이용한다. 농로는 일반 도로와 달리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탑천길 따라서 미륵사지 가는 길 (11km, 40분) - 익산시가 슬로우 스트리트로 만든 이 길은 영등중학교 사거리에서 탑천을 따라 미륵사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해피바이크는 원광대학교 수목원 앞에 있는 동문주차장에서 요교를 거쳐 미륵사지까지 약 11킬로미터 코스를 추천한다.

시골의 풍경을 그대로 탑천과 익산의 들판이 넉넉하게 따르고 있어 마음에 평안을 준다. 자전거를 저어가면 무성한 들풀과 갈대가 반기고 바람이 전하는 들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자료사진 : 해피바이크 제공

중앙체육공원~김제백구정(15km, 1시간) - 해피바이크의 봄맞이 추천코스다. 어양동 중앙체육공원을 시작으로 신흥동 농촌진흥원 농로~옛뚝길~김제 백구정을 돌아온다. 목천포 길~김제 백구정 뚝길에는 만개한 벚꽃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주고, 이맘때쯤 내년을 기약하며 떨어지는 벚꽃 비를 맞을 수 있다.

탑천길~ 금마서동공원(17.7km, 1시간10분) - 농촌의 여유로움을 더 즐기고 싶다면 탑천길에서 금마서동공원까지 달려보자. 탑천을 따라 달리다 722번 도로에 들어서 쭉 아래로 내려오면 상제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길을 따라가면 서동공원까지 갈 수 있다. 길 중간 중간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 자전거 타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차가 덜 다녀 호젓하게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해피바이크(http://cafe.daum.net/iksanciti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