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입양을 선택하게 된 건 대학시절부터 마음에 입양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큰딸 사랑이(12)의 영향이 컸다.

▲ 황등중학교 한승진 교사(교목)

딸 아이가 임신 7개월에 920g 초미숙아로 태어나면서 98일 동안 원광대학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보냈다. 그 당시 절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끼면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후 입양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사랑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아내와 사랑이 그리고 부모님과 여동생들과 상의하고 나서 모두의 찬성 속에 아내와 사랑이와 함께 ‘홀트 아동복지회’를 찾았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갖고 싶다”는 사랑이의 권유로 여자아이를 맞이하려 했다. 그러나 홀트아동복지회 측의 이야기를 통해 “10명의 입양가정 중 9명은 여자아이를 원한다”며 "두세 달은 기다려야 여자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혹시 아들을 입양할 수 없는지를 권유했다. 나는 ‘마트에서 고르듯 자식을 고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아내와 사랑이와 상의한 끝에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 아이를 맞이하기로 하고 지난 2009년 2월말 생후 두어 달이 지난 아들 겨레를 입양했다.

그렇게 네 식구가 돼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홀트아동복지회의 입양가정모임 ‘한사랑회’에 참여했다가 경제난으로 입양이 줄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것이 마음에 거룩한 부담으로 다가와 2010년 6월 중순 아들 가람이를 입양했다.

그리고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 입양절차가 복잡해져 사람들이 입양을 더욱 기피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2012년 6월 막내아들 벼리를 입양했다. 이렇게 남자 아이 셋을 입양하는 동안 부모님의 반대와의 만류도 있었지만 필자의 간곡하고 갸륵한 마음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허락해 주셨다.

내 아들들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지만 법적으로는 친자로 되어 있다. 이는 아이들을 어려서 입양했고 법적으로 아이들에게 입양보다는 친자로 돼 있음이 나을 것 같아서 였다.

필자의 아이들이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이 되길 바라며 사랑을 갖고 키워나 갈 것이다. 바쁜 학교와 교회 일과 학업에 글쓰기이지만 필자의 가족은 가급적 주말이면 어김없이 바깥나들이에 나서곤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길을 걷거나 근처 대학 호숫가나 수목원에 간다.

가족이 여섯이나 되다보니 대출로 집을 옮겨야만했다. 혼자 벌어서 아내와 딸, 아들 셋이 사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는 행복한 가정이라고 자부한다. 공개입양으로 아이들도 입양이라는 말을 안다.

아직 여려서 그 의미를 제대로는 모르나 부정적인 용어가 아닌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생부모의 은혜를 가르치면서 아빠, 엄마가 입양해서 길러주니 고마워하라가 아니라 아빠와 엄마의 아들이 되어 준 것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나름의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부딪힐 사회적 편견에 당당히 맞서기를 바란다. 누가 ‘입양아’라고 놀리거나 해도 그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나는 낳아준 부모님과 길러준 부모님이 계시니 다른 사람보다 부모님이 두 배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이 깊은 친밀감과 신뢰감과 사랑으로 맺어진 가정을 이룬다면 그 어떤 사회적 편견도 우리 가족과 아들들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나는 수시로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 “고마워, 아빠의 딸과 아들이 되어줘서. 아빠는 정말 행복해”

이 다음에 아들들이 생부모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는 모르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살아서 아들들을 만나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아들들의 결혼식장에 우리 부부와 같이 부모석에 앉아서 축하해주기를 바란다.

우리 부부의 사명은 아들들이 공부를 잘해서 사회 지도층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따뜻한 인간미를 풍기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이 일에 기도하면서 부모 노릇한다. 퇴근하면 늘 부족하기만한 아비를 함박웃음지으며 반겨주는 아이들이 있어 높은 사람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겐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넷이나 있다.

사랑한다. “사랑아!”, “겨레야!”, “가람아!”, “벼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