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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歷史)로 남은 역사(驛舍), 익산 '춘포역'
오명관 기자  |  iscm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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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23  18: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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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통일, 무궁화 이 세 단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2000년도 초반까지 운행됐던 열차(기차)의 등급을 지칭하던 단어들이다. 완행열차로도 불렸던 비둘기호는 파란색 기차, 통일호는 녹색기차, 현재도 운행되고 있는 무궁화호는 빨간색 기차로 우리의 기억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비둘기 호는 2000년에 통일호는 2004년에 KTX의 등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또한 열차에 몸을 실고 달리다 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역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과거에 역의 기능을 건실하게 수행했을 간이역들이다.

가장 오래된 간이역

   
▲ 춘포역사 뒤의 모습으로 철길이 있었던 곳은 마당이 됐고, 전라선 복선화와 KTX운행을 위해 새로운 철길이 그 옆을 지키고 있다.(사진 = 익산시청)
익산시 춘포면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간이역이 있다. 바로 춘포역이다. 이 곳은 1914년에 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로 슬레이트를 얹은 박공지붕의 목조 구조 건물로 전형적인 일제강점기 철도 역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춘포역은 원래 대장역(大場驛)으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들이 넓다고 큰 대(大), 마당 장(場)자를 써서 ‘대장촌’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대장역’이란 이름은 광복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1995년 당시 익산시민연합 공동대표였던 현 박경철 시장이 일제잔재물 청산의 일환의 ‘춘포면 대장촌리’란 지명을 ‘춘포면 춘포리’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지명이 ‘춘포리’로 바뀌면서 1996년 역의 이름도 ‘춘포역’으로 바뀌게 됐다.

이후 전라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2011년 5월 폐역돼 지금은 역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건축학적, 역사적, 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11월에 등록문화재 제210호로 지정됐다.

아픔의 역사를 품은 역사

   
▲ 춘포역사의 모습(사진 = 익산시청)
춘포에 간이역이 세워진 이유는 이곳이 곡창지대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치르기 위한 물자 중 하나로 쌀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은 토지조사를 완료한 후 제방공사를 통해 농경지를 만들었다. 이후 일본인들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했고, 농장을 만들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물자와 마을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춘포역이 만들어졌다.

우리 한국농민은 일본인 대지주 아래 하루 품삯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돈을 받으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야만 했다. 쌀은 수레로 농장에서 역으로 날라졌다. 춘포역도 일제수탈의 역사를 피할 순 없었다.

사랑방 같은 역사

춘포역은 춘포사람 뿐만 아니라 만경강 건너에 있는 백구(김제)주민 등 인근 마을사람들도 자주 이용했다. 학교를 이리(익산)으로 다니는 학생들은 춘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녔다. 이리(익산)나 삼례에 장이 서는 날에는 물건을 사고 파기 위해 장으로 가는 사람들로 역사 안은 더욱 붐볐다. 전주를 가거나 서울을 갈 때도 춘포역을 이용했다.

그러다보니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이야기하며 간식거리와 정을 나눴다. 그래서 춘포역은 근방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존재였다.

   
▲ 춘포역사 안(사진 = 익산시청)
세월의 빠름과 농촌지역에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역의 기능도 사그라들면서 결국 1993년에 비둘기호 승차권 발매가 중지됐고, 2005년엔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는 간이역 격하되더니 결국 6년 뒤인 2011년 5월에는 전라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폐역된 것이다.

이제는 춘포역에서 기차의 기적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더욱이 100년 동안 열차의 길이었던 철길도 모두 철거돼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

역사의 아픔과 정겨웠던 사람 냄새를 고이 간직한 곳, 그래서 인지 새로 난 복선철로 앞으로 우둑하니 서있는 춘포역은 정겹지만, 쓸쓸한 느낌이 든다. 춘포역과 함께 세월의 인고를 견딘 역사(驛舍) 앞의 옥향나무가 그 쓸쓸함을 달래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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