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지난 9월 16일부터 8일간 '금강물'을 섞어 식수로 만들어 제공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금강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4급수 이하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다만 담당 직원은 당시 금강물을 끌어 오기 전에 수질검사를 한 결과, 2급수로 나타나 가뭄을 대비하고자 시범적으로,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 부족 사태로 익산시민들의 불편함을 우려해 한 것이라고 하니 이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난감하다.

특히 박경철 시장이 지난 5일(월) 선결처분 발동에 관한 기자회견장에서 당시 박 시장이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가운데 "14년(2001년) 전에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당시 故 조한용 시장이 가뭄대책으로 금강물의 식수화를 추진했다가 금강물에서 발암물질 할로초산이 검출돼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런데 상하수도사업소 직원이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9월 16일부터 약 8일간 금강물(총 약 10만 톤)을 끌어와 3일간 약 10%, 3일간 20%, 2일간 30%씩 단계적으로 섞어 식수로 공급한 것이다. 이는 박 시장과 사업소 단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행한 일이라고 한다.

▲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 관리하고 있는 2015년 10월 5일 현재 대아저수지의 모습으로 이 물의 일부가 익산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저수율은 6.6%(사진 = 오명관)

이에 본 기자는 이 상황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 최양옥 단장과 농어촌공사 담당직원과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익산 상하수도사업단 홈페이지 저수일보를 확인했다.

익산시 상하수도사업단이 제공하는 저수일보를 보면, 9월 16일 대아수계(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 경천저수지) 저수량이 평균 16.5%로 적혀 있다. 신흥정수장 저수율은 93%라고 적혀 있다. 25일에는 대아수계 저수량이 13.8%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저수일보에는 금강에서 끌어 왔다는 내용은 없다. 이유가 어찌됐든 익산시민을 속인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시장과 단장 허가없이 금강물을 끌어 온 것이 사실이라면 직원은 어떠한 형태로든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상하수도사업단 최양옥 단장은 "직원이 금강물을 끌어 온 사실을 알게된 시장님은 매우 격양된 목소리로 격노해 저 또한 진땀을 흘릴 정도였고 곧 바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농어촌공사에서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 공급을 줄이겠다고 한 상황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시민들이 물 부족으로 불편할 것을 대비해 끌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익산지사 한 관계자는 본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는 정상적으로 물을 계속 공급했다"면서도 "저희는 익산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아닌 농업용수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물을 가지고 식수를 만들어 공급하든 지 말든 지는 익산시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수로 관리하고 있는 2015년 10월 5일 현재 경천저수지의 모습으로 이 물의 일부가 익산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저수율은 23.9%(사진 = 오명관)

그러면서 "지난 6일 대아수계 저수율이 14.3%로 내년 봄철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틀림없고, 이대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저희로써도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지금은 어떠한 물을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는 커녕 농사를 위해 보내야 할 물 마저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므로 익산시는 식수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하고 시민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양옥 단장은 "농어촌공사가 익산시에 하루 3만 톤의 물을 공급한다고 하기로해 턱없이 부족한 물을 채우기 위해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박경철 시장이 수자원공사에 요청해 하루 6만5천 톤 가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산시는 수자원공사와 계약한 하루 물량은 4만5천 톤이고 최대 5만5천 톤을 받을 수 있으나 이 마저 부족해 박 시장의 요청으로 1만 톤을 더해 현재 하루 6만5천 톤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시는 하루 약 10만 톤의 물이 필요한 가운데 지난 10일과 11일 익산시에 많은 비가 내렸으나 기상청에서는 강우량 10mm 이하로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300mm 이상의 비가 내려야만 완전 해갈이 예상돼 이 비로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비 소식 보다는 눈 소식이 많아지는 겨울철로 접어들고 있어 폭설이 내린다 해도 부족한 물을 채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