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재량사업비 사용 공개를 두고 25명의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임형택 의원 1명과 나머지 24명이다.

임형택 의원이 SNS를 통해 남긴 글이 발단이 됐다. 임 의원은 “지방의원들에게 매년 몇 천만 원~몇 억 원씩 예산 반영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름하여 의원 주민숙원사업비”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주민숙원사업비는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의견을 수렴하는 의원들을 통해 행정이 미쳐 파악하지 못한 숙원사업 내용들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로 책정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많은 시의원들이 분개한 것은 “그런데 과거에는 주민숙원사업비를 의원들이 호주머니 돈 쓰듯이 사용하는 폐해가 많았습니다”면서 “예산 사용에 원칙과 기준도 없고,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임 의원이 지적한 부분이다.

임형택 의원은 “현재 의원들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며 “이러한 표현을 쓰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호진 의원은 “저는 주민숙원사업비를 쌈짓돈처럼 이용한 적도 없는데 마치 익산시의원들이 도둑질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매우 기분이 상했다”면서 “다른 의원들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개를 안하는 것일 뿐 마치 쌈짓돈으로 사용한 것 처럼 묘사한 것은 적절치 않아 화가 났던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송호진 의원은 임형택 의원과의 고성이 오가며 싸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SNS글을 사무국에서 출력해 의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A의원을 향해 출력물을 보여주며 ‘이 싸XX없는 임형택이...’라고 말하자 A의원이 임 의원 자리를 가리키며 자리에 있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을 바라보며 ‘어이 임형택이 이리와 봐’라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아 이야기 하자고 한 게 전부인데 마치 고성이 오가며 싸운 것처럼 묘사한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형택 의원은 본 기자가 그 상황을 말해 달라고 했으나 “모 신문에서 보도한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고만 밝혔다.

이렇게 주민숙원사업비 공개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의원들은 한결같이 공개를 하는 것은 개인 의원의 역량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나중에 각 지역민들이 알아서 평가할 일이다는 것이다.

임 의원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한 초선의원은 “공개하는 것에 대해 임 의원이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에 반대할 생각도 없지만 본인은 비공개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저는 초선이기 때문에 민원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래도 민원이 들어오면 해결해야 하는 고충이 있어 나중에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해주고 등으로 눈살 찌푸리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저도 예전에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백여만 원 정도의 숙원사업비를 사용하도록 한 뒤, 지인에게 이 일을 맡기려고 시청 관계자에게 말했더니 ‘의원님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시에서 절차대로 시행하게 됩니다. 앙해 바랍니다’라고 말해 의원 쌈짓돈이 절대로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다선의원은 “의정생활을 하다보면 수많은 민원이 들어온다”면서 “한정된 금액으로 그 많은 민원을 해결할 수 없는 고충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본 기자는 “그렇다면 의원들의 주민숙원사업비를 폐지하고 각 주민센터나 면사무소 등에 맡기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물론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세세한 민원은 시의원들이 너무 잘 안다. 동장이나 면장 등 공무원들은 사무실로 제기된 민원들을 알 뿐 아니라 보통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도 채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으로 가기 때문에 시의원 만큼 제대로 파악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25명의 시의원들에게 일률적으로 금액을 정해 주민숙원사업비를 책정하는 것은 힘있는 의원(?) 또는 집행기관인 익산시 관계자 또는 시장과 친분이 좋은 의원(?) 지역에 더 많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농촌지역구의 시의원은 “도심지역에 비해 매우 넓은 농촌지역의 민원해결을 위해 뛰다보면 사실 1억 원의 주민숙원사업비는 부족하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금액이라도 있어 농촌지역의 낙후된 지역을 돌볼 수 있지만 민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비록 부족한 시의원의 역량이지만 도비나 국비 등도 받아오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농촌지역에 꼭 필요한 예산을 위해 각 기관을 쫓아다니며 확보하기도 한다”면서 고충을 실토했다.

송호진 의원은 “저는 주민숙원사업비를 예전부터 폐지를 주장했었고, 또한 내년도 사업비를 신청하지 안했다”면서 “저를 포함해 몇 명의 의원도 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역의 민원이 들어오면 그 목록을 작성한 뒤, 익산시에서 해결하라고 넘길 것이다”고 밝혔다.

임형택 의원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의원들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저 또한 폐지를 원하고 있어 내년도 주민숙원사업비 사용에 대한 공모 받은 것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는 아직 폐지나 공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알려지고 있으나 주민숙원사업비를 책정하되 공개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폐지가 됐든 공개가 됐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편 주민숙원사업비 즉 일명 재량사업비는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계정이 없다. 다만 각 지역별 민원을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25명의 시원들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금액(1인당 1억 원)을 의원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하는 것으로, 그 사업비는 시가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시 익산시에 요청하면 시가 공사 또는 물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심의를 거쳐 업자를 선정해 하도록 하고 있다.

▲ 자료사진 - 본 기사와는 무관(지난 2014년 7월 2일 제7대 익산시의회가 개원하고 25명의 시의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